페이스북 로그아웃
Posted by 시리니08月 5
간만에 글인데, 이번 글 뻘글이면서도 꽤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엔 자중했다고 생각했는데 쉽진 않군요. 1편, 2편으로 나눠서 쓸까도 싶지만 2편은 그럼 언제 쓸지 기약도 없고 과거의 흔적을 돌이켜 보건데 아직도 2편을 쓰지 않은 1편짜리 글들이 많아서 (...) 풀 스토리로 뻘글 하나 남겨보겠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제 삶은 변화했습니다. 일 하느라 개인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고,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일들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취미 활동을 하면서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타 지방으로 출사를 떠나게 되었구요. 소프트웨어멤버십 생활 할 때, 학교 생활 할 때의 상대적으로 정적인 생활 스타일이었던 저는 활동적으로 보다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사실 IT 쪽 변화에는 다소 둔감해진 것도 사실이고, 업무와 관련된 지식들 (SW 공학, 영어, ...) 을 제외하고는 마음적인 여유가 사라진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신제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호기심 많고 또 사고 싶어하는 어린이가 제 속에 살고 있긴 하지만, (최근엔 갤럭시S3 를 거의 출시 되자마자 사버렸죠...!) 뭐 비교하자면 이것도 많이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가 상당히 길었죠. 네 뭐 일단 저의 상황 자체가 이렇게 다소 변했다는 점을 먼저 남기고 싶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많아졌고, 본업과 연계된 일에 좀 더 포커싱이 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는 인터넷과 최근까지 근근히 이어왔던 SNS 활동들을 점차 저의 본업 내지는 취미 활동에 맞게 (사진, 여행 등) 바꾸고 있습니다.
그 중 최근에 있었던 큰 변화가 바로 Facebook (페이스북) 을 그만 둔 것입니다. 사실 국내에 그 전에 싸이월드가 한 참 유행했을 때도 한 번도 싸이월드를 하지 않았던 제가, 그리고 SNS 라는 플랫폼에 부정적이었던 제가 페이스북이 알려진 얼마 후부터 시작을 했었으니 나름 그래도 꽤 오래 한 편이네요. 뭐 어쨌든, 지금은 그만 둔 상태이고 앞으로 언제 다시 시작할 지 모르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제 기억에, 트위터를 먼저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국내 SNS 서비스는 이상하게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해서 해외 SNS 서비스는 뭔가 쿨~ 해보였을까요? 아니면 거기에 쓰인 웹 기술들이 당시 제 눈에 띄었던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뭔가 다른 느낌을 쫓아 페이스북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블로그가 뜸해진 것도 사실이구요. 미쳐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밌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엔 정말 신기하기도 했던 게, 동창들의 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식이 끊어졌던 친구들과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최근 소식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친구들과 소셜 게임도 해보고 또 허접하지만 직접 만들어서 올려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친해지는 느낌' 을 모니터 너머로 받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도 제일 많이 쓴 앱들이 바로 소셜앱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페이스북은 (잠정적으로) 그만두었습니다. 어느 샌가 뜸해지긴 했었는데, 그만두겠다고 결정하기까지는 사실 시간이 꽤 있었던 셈입니다. 먼저 시작한 건 페이스북의 알림 기능을 끈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부터는 페이스북을 들어가지 않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친구들의 소식 등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전화로, 직접 만나는 걸로,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식으로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SNS 가 일대다 소통의 예라고 한다면 저는 이제 일대일 소통 쪽으로 방향을 튼 셈입니다. 페이스북을 그만두면서 대신 구글플러스와 트위터를 이어서 하고 있는데 둘의 목적이 저에겐 좀 달라졌습니다. 트위터는 새로운 IT 소식들과 가끔식 건져내는 소중한 인사이트들을 얻는 곳으로, 구글플러스는 사진 촬영본을 백업하면서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죠. SNS 플랫폼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인간 관계와 관련 없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이야기 하려는 바가 좀 명확해 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째서 페이스북에서 로그아웃을 하기로 한 것일까요?
먼저 페이스북 칭찬부터 좀 하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이 좋습니다. 싫어서 떠난 게 아닙니다. 기술적으로도 훌륭하고 (특히 제가 웹 기술을 사랑하는 만큼 페이스북이 좋습니다.) 주커버그가 그리는 미래에도 일부 동의 합니다. 그는 역사상 유래 없는 거대한 단일 플랫폼을 구축했고, 사람들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일을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습니다. 헤어진 인연 중 다시 만나고 싶어도 소식을 알 길이 없어 자연스레 잊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끔식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죠. 예전 같았다면 앨범 속에서나 볼 법한 인연들을 요즘은 SNS 에서, 특히 페이스북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저 멀리 해외에 살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달아준 댓글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과 타블렛에 전달됩니다. 우린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친구들이 저 마다 남기는 글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알림바에 빨간색 네모 상자 속에 숫자가 많이 적혀져 있는 날이면 친구들이 나에게 무슨 글을 남겼나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저에게 있었던 일이기도 하구요. 친구들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확인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마 그 빨간색 네모 상자에 적힌 숫자만큼 탐나는 것도 없을 겁니다.
시스템적으로도 훌륭합니다. 비록 사진을 업로드하면 저화질로 압축시켜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들이 종종 있긴 했습니다만, 그런대로 편하고 재밌었습니다. 늘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외롭지 않더군요. 설령 그 것이 모니터 너머, 스마트폰의 그 작은 스크린 너머로 느껴지는 간접적인 착각이라 하더라도 행복했습니다. 페이스북은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히 좋은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불현듯 생각나더군요. 아, 나는 이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을 빌어서 지금 관심을 받길 원하는구나. 혼자라는 느낌이 싫은 거구나.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자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구나. 위로 받고 싶을 때 그 위로를 실시간으로 받고 싶었던 거구나. 나란 사람이 페이스북에 기대했던 건 친구들이 아니라 친구들이 주는 '반응' 이었던 거구나... 하는 것을요.
저는 소통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건 소통이 아니었습니다. 관심을 받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구를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으로 대신해서 이루었던 겁니다. 무언가를 구매하고, 어디를 여행하고, 무언가를 먹는 등의 일들을 나는 소통이라는 미명 하에 남겼던 거구나. 기록은 의미가 있었겠지만 거기에 기록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진 못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그걸 느끼게 된 건 어느 새 정작 저와 정말 친했던 친구들의 소식을 더 이상 페이스북으로부터 받지 못하게 되면서 였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에 있는 "친구" 목록에는 정말 저와 친한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소한 이유로 알게 되어서 친구 신청을 하고 혹은 받고 알게 된 사람들이지요. 물론 그렇게 알게 된 인연들 중에 정말 소중한 인연들도 많기에 그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처음엔 페이스북에서 가볍게 알게 되었다가 나중에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뭐 어찌 되었든, 제가 생각하기에 페이스북에서의 "친구"는 깊게 생각 해보면 사실 약간 다른 개념입니다. 지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는 사람과 친구는 약간 다르지요. 사람 마다 친구의 정의는 약간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친구라는 개념은 일단 페이스북의 그 친구와는 다릅니다.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사이, 댓글이 아닌 전화로, 직접 만나서 욕을 남발하는 사이, 그러면서도 서로 의미 없이 킬킬대며 웃을 수 있는 사이가 친구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약간 제가 보수적일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저와 "친구" 인 분들 행여 이 글 보시고 실망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지인이자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란 없으니, 제가 혹시 친구라고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 상해 하거나 하지 마시길. 그리고 이 글을 볼 정도라면 (제 블로그를 알고 들어오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친구가 맞겠지요.
사이버 상에서 인간관계란 정말 쉽습니다. 버튼 하나 누르면 친구가 되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됩니다. 정말 이 것보다 쿨~ 하고 깔끔한 기능이 없습니다. 싫으면 안 보면 되고, 좋으면 "좋아요" 버튼을 눌러 표시를 남기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걸 친구들끼리 주고 받으면서 서로가 서로의 관심을 주고 받습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게 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도 역시 무척이나 쿨~ 해진 것 같습니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생각합니다. '저 사람 block 시킬 순 없을까?' 만남도 약간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뭐 어차피 안 볼 사람인데' 설령 친하게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틀어지게 되면 그 사람과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됩니다. 나랑 맞는 사람을 쉽게 "검색" 할 수 있고 쉽게 그 사람과 관계를 "신청" 할 수 있으며 둘 사이의 관계는 플랫폼이 알아서 "친구" 로 정의해 줍니다. 쉽고, 단순하며 편리합니다. 기술도, 사람 관계도...
마치 실제 세상이면서 또 하나의 세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매트릭스입니다. 실제하고, 진짜를 닮았지만 결코 진짜는 아닌 세상이지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인격체로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과시하기 위해서 혹은 동정을 받기 위해서 때론 의미 없는 글이라도 남기고 열심히 "친구" 들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페이스북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관심 요청을 즉시 그리고 효율적으로 "친구" 들에게 알려주고 그 "친구" 들이 쉽게 리액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원래 글을 남겼던 사람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주지요. 이 반응은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하게 되면서 점점 강력해 집니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쉽게 자신의 페르소나를 가공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특정 다수의 "친구" 들에게 뭔가를 좀 더 쉽게 요청 할 수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때론 비공개적으로 필요에 따라 페르소나를 적절하게 바꿔가며 반응을 하고 혹은 반응을 받습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라도 해서 얻고 싶은 게 있다는 겁니다. "관심" 을 말이죠. 궁극적으로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내 생각을 글로 남기면 얻을 수 있는 "좋아요" 와 "댓글" 입니다. 그 건 내가 작성한 글에 대한 공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그 만큼 외롭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네요.
우리는 언제든지 서로 연결 될 수 있습니다. 원하기만 한다면 수 없이 많은 "친구" 를 만들 수 있고 그들에게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친구" 를 더 많이 얻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그 관계가 얄팍하거나 깊지 않다 하더라도 상관 없을 겁니다. 어느 새 정신 없이 몰려오는 수 많은 알림들에 몰두해 있을 테니까요.
처음엔, 본의 아니게 페이스북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멀어지게 되었지요. 다음엔, 페이스북이 아니더라도 친구는 여전히 만들 수 있고 "좋아요" 버튼이 없더라도 서로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페이스북 계정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아이러니라면 정말 아이러니입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정말 일찍 받아들인 편인데, 이렇게 바뀔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굳이 온라인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기다리고, 댓글을 쓰면서 또 그 댓글에 대한 반응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정말 새삼스레 깨닫게 되면서, 그 동안 제가 페이스북에 기대했던 것들을 냉정하게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저로서는 의외라고 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페이스북으로부터 로그아웃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언제든 다시 번복될 수 있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단지 바쁘고 소셜 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 걸 가지고 제가 괜한 의미를 부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은근히 페이스북에 시간을 쓰는 게 그 동안 의아했다가 뒤늦게 셀프 디버깅을 통해서 자신의 상태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스스로에게 제안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도 사람인데, 어찌 제가 맞다고 확신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저는 페이스북으로부터 일단 로그아웃 하였습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할 땐 재밌고 나름 즐거웠는데, 다시 그만두고 소셜 활동을 사실상 반쯤 접게 되다보니 심심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빨간 네모 상자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SNS 플랫폼이 많이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셜 활동은 사실 페이스북에서 모두 이룬 것 같습니다. 다른 플랫폼들은 저 마다 지향하는 바가 살짝 다른 느낌이 들고, 구글플러스는 사실 사진 위주로만 하다 보니 관심이 그닥 없습니다. 페이스북 만큼 잘 만들어진 플랫폼이 또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술도 훌륭하고, 설계도 잘 되어 있습니다. 비록 저는 이제 로그아웃을 하였지만, 플랫폼 자체는 훌륭합니다.
마치 매트릭스 처럼.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제 삶은 변화했습니다. 일 하느라 개인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고,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일들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취미 활동을 하면서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타 지방으로 출사를 떠나게 되었구요. 소프트웨어멤버십 생활 할 때, 학교 생활 할 때의 상대적으로 정적인 생활 스타일이었던 저는 활동적으로 보다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사실 IT 쪽 변화에는 다소 둔감해진 것도 사실이고, 업무와 관련된 지식들 (SW 공학, 영어, ...) 을 제외하고는 마음적인 여유가 사라진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신제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호기심 많고 또 사고 싶어하는 어린이가 제 속에 살고 있긴 하지만, (최근엔 갤럭시S3 를 거의 출시 되자마자 사버렸죠...!) 뭐 비교하자면 이것도 많이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가 상당히 길었죠. 네 뭐 일단 저의 상황 자체가 이렇게 다소 변했다는 점을 먼저 남기고 싶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많아졌고, 본업과 연계된 일에 좀 더 포커싱이 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는 인터넷과 최근까지 근근히 이어왔던 SNS 활동들을 점차 저의 본업 내지는 취미 활동에 맞게 (사진, 여행 등) 바꾸고 있습니다.
그 중 최근에 있었던 큰 변화가 바로 Facebook (페이스북) 을 그만 둔 것입니다. 사실 국내에 그 전에 싸이월드가 한 참 유행했을 때도 한 번도 싸이월드를 하지 않았던 제가, 그리고 SNS 라는 플랫폼에 부정적이었던 제가 페이스북이 알려진 얼마 후부터 시작을 했었으니 나름 그래도 꽤 오래 한 편이네요. 뭐 어쨌든, 지금은 그만 둔 상태이고 앞으로 언제 다시 시작할 지 모르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제 기억에, 트위터를 먼저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국내 SNS 서비스는 이상하게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해서 해외 SNS 서비스는 뭔가 쿨~ 해보였을까요? 아니면 거기에 쓰인 웹 기술들이 당시 제 눈에 띄었던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뭔가 다른 느낌을 쫓아 페이스북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블로그가 뜸해진 것도 사실이구요. 미쳐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밌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엔 정말 신기하기도 했던 게, 동창들의 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식이 끊어졌던 친구들과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최근 소식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친구들과 소셜 게임도 해보고 또 허접하지만 직접 만들어서 올려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친해지는 느낌' 을 모니터 너머로 받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도 제일 많이 쓴 앱들이 바로 소셜앱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페이스북은 (잠정적으로) 그만두었습니다. 어느 샌가 뜸해지긴 했었는데, 그만두겠다고 결정하기까지는 사실 시간이 꽤 있었던 셈입니다. 먼저 시작한 건 페이스북의 알림 기능을 끈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부터는 페이스북을 들어가지 않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친구들의 소식 등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전화로, 직접 만나는 걸로,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식으로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SNS 가 일대다 소통의 예라고 한다면 저는 이제 일대일 소통 쪽으로 방향을 튼 셈입니다. 페이스북을 그만두면서 대신 구글플러스와 트위터를 이어서 하고 있는데 둘의 목적이 저에겐 좀 달라졌습니다. 트위터는 새로운 IT 소식들과 가끔식 건져내는 소중한 인사이트들을 얻는 곳으로, 구글플러스는 사진 촬영본을 백업하면서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죠. SNS 플랫폼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인간 관계와 관련 없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이야기 하려는 바가 좀 명확해 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째서 페이스북에서 로그아웃을 하기로 한 것일까요?
먼저 페이스북 칭찬부터 좀 하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이 좋습니다. 싫어서 떠난 게 아닙니다. 기술적으로도 훌륭하고 (특히 제가 웹 기술을 사랑하는 만큼 페이스북이 좋습니다.) 주커버그가 그리는 미래에도 일부 동의 합니다. 그는 역사상 유래 없는 거대한 단일 플랫폼을 구축했고, 사람들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일을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습니다. 헤어진 인연 중 다시 만나고 싶어도 소식을 알 길이 없어 자연스레 잊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끔식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죠. 예전 같았다면 앨범 속에서나 볼 법한 인연들을 요즘은 SNS 에서, 특히 페이스북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저 멀리 해외에 살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달아준 댓글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과 타블렛에 전달됩니다. 우린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친구들이 저 마다 남기는 글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알림바에 빨간색 네모 상자 속에 숫자가 많이 적혀져 있는 날이면 친구들이 나에게 무슨 글을 남겼나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저에게 있었던 일이기도 하구요. 친구들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확인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마 그 빨간색 네모 상자에 적힌 숫자만큼 탐나는 것도 없을 겁니다.
시스템적으로도 훌륭합니다. 비록 사진을 업로드하면 저화질로 압축시켜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들이 종종 있긴 했습니다만, 그런대로 편하고 재밌었습니다. 늘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외롭지 않더군요. 설령 그 것이 모니터 너머, 스마트폰의 그 작은 스크린 너머로 느껴지는 간접적인 착각이라 하더라도 행복했습니다. 페이스북은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히 좋은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불현듯 생각나더군요. 아, 나는 이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을 빌어서 지금 관심을 받길 원하는구나. 혼자라는 느낌이 싫은 거구나.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자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구나. 위로 받고 싶을 때 그 위로를 실시간으로 받고 싶었던 거구나. 나란 사람이 페이스북에 기대했던 건 친구들이 아니라 친구들이 주는 '반응' 이었던 거구나... 하는 것을요.
저는 소통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건 소통이 아니었습니다. 관심을 받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구를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으로 대신해서 이루었던 겁니다. 무언가를 구매하고, 어디를 여행하고, 무언가를 먹는 등의 일들을 나는 소통이라는 미명 하에 남겼던 거구나. 기록은 의미가 있었겠지만 거기에 기록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진 못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그걸 느끼게 된 건 어느 새 정작 저와 정말 친했던 친구들의 소식을 더 이상 페이스북으로부터 받지 못하게 되면서 였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에 있는 "친구" 목록에는 정말 저와 친한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소한 이유로 알게 되어서 친구 신청을 하고 혹은 받고 알게 된 사람들이지요. 물론 그렇게 알게 된 인연들 중에 정말 소중한 인연들도 많기에 그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처음엔 페이스북에서 가볍게 알게 되었다가 나중에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뭐 어찌 되었든, 제가 생각하기에 페이스북에서의 "친구"는 깊게 생각 해보면 사실 약간 다른 개념입니다. 지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는 사람과 친구는 약간 다르지요. 사람 마다 친구의 정의는 약간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친구라는 개념은 일단 페이스북의 그 친구와는 다릅니다.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사이, 댓글이 아닌 전화로, 직접 만나서 욕을 남발하는 사이, 그러면서도 서로 의미 없이 킬킬대며 웃을 수 있는 사이가 친구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약간 제가 보수적일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저와 "친구" 인 분들 행여 이 글 보시고 실망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지인이자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란 없으니, 제가 혹시 친구라고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 상해 하거나 하지 마시길. 그리고 이 글을 볼 정도라면 (제 블로그를 알고 들어오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친구가 맞겠지요.
사이버 상에서 인간관계란 정말 쉽습니다. 버튼 하나 누르면 친구가 되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됩니다. 정말 이 것보다 쿨~ 하고 깔끔한 기능이 없습니다. 싫으면 안 보면 되고, 좋으면 "좋아요" 버튼을 눌러 표시를 남기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걸 친구들끼리 주고 받으면서 서로가 서로의 관심을 주고 받습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게 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도 역시 무척이나 쿨~ 해진 것 같습니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생각합니다. '저 사람 block 시킬 순 없을까?' 만남도 약간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뭐 어차피 안 볼 사람인데' 설령 친하게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틀어지게 되면 그 사람과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됩니다. 나랑 맞는 사람을 쉽게 "검색" 할 수 있고 쉽게 그 사람과 관계를 "신청" 할 수 있으며 둘 사이의 관계는 플랫폼이 알아서 "친구" 로 정의해 줍니다. 쉽고, 단순하며 편리합니다. 기술도, 사람 관계도...
마치 실제 세상이면서 또 하나의 세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매트릭스입니다. 실제하고, 진짜를 닮았지만 결코 진짜는 아닌 세상이지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인격체로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과시하기 위해서 혹은 동정을 받기 위해서 때론 의미 없는 글이라도 남기고 열심히 "친구" 들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페이스북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관심 요청을 즉시 그리고 효율적으로 "친구" 들에게 알려주고 그 "친구" 들이 쉽게 리액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원래 글을 남겼던 사람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주지요. 이 반응은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하게 되면서 점점 강력해 집니다.
가상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쉽게 자신의 페르소나를 가공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특정 다수의 "친구" 들에게 뭔가를 좀 더 쉽게 요청 할 수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때론 비공개적으로 필요에 따라 페르소나를 적절하게 바꿔가며 반응을 하고 혹은 반응을 받습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라도 해서 얻고 싶은 게 있다는 겁니다. "관심" 을 말이죠. 궁극적으로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내 생각을 글로 남기면 얻을 수 있는 "좋아요" 와 "댓글" 입니다. 그 건 내가 작성한 글에 대한 공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그 만큼 외롭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네요.
우리는 언제든지 서로 연결 될 수 있습니다. 원하기만 한다면 수 없이 많은 "친구" 를 만들 수 있고 그들에게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친구" 를 더 많이 얻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그 관계가 얄팍하거나 깊지 않다 하더라도 상관 없을 겁니다. 어느 새 정신 없이 몰려오는 수 많은 알림들에 몰두해 있을 테니까요.
처음엔, 본의 아니게 페이스북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멀어지게 되었지요. 다음엔, 페이스북이 아니더라도 친구는 여전히 만들 수 있고 "좋아요" 버튼이 없더라도 서로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페이스북 계정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아이러니라면 정말 아이러니입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정말 일찍 받아들인 편인데, 이렇게 바뀔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굳이 온라인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기다리고, 댓글을 쓰면서 또 그 댓글에 대한 반응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정말 새삼스레 깨닫게 되면서, 그 동안 제가 페이스북에 기대했던 것들을 냉정하게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저로서는 의외라고 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페이스북으로부터 로그아웃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언제든 다시 번복될 수 있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단지 바쁘고 소셜 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 걸 가지고 제가 괜한 의미를 부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은근히 페이스북에 시간을 쓰는 게 그 동안 의아했다가 뒤늦게 셀프 디버깅을 통해서 자신의 상태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스스로에게 제안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도 사람인데, 어찌 제가 맞다고 확신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저는 페이스북으로부터 일단 로그아웃 하였습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할 땐 재밌고 나름 즐거웠는데, 다시 그만두고 소셜 활동을 사실상 반쯤 접게 되다보니 심심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빨간 네모 상자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SNS 플랫폼이 많이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셜 활동은 사실 페이스북에서 모두 이룬 것 같습니다. 다른 플랫폼들은 저 마다 지향하는 바가 살짝 다른 느낌이 들고, 구글플러스는 사실 사진 위주로만 하다 보니 관심이 그닥 없습니다. 페이스북 만큼 잘 만들어진 플랫폼이 또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술도 훌륭하고, 설계도 잘 되어 있습니다. 비록 저는 이제 로그아웃을 하였지만, 플랫폼 자체는 훌륭합니다.
마치 매트릭스 처럼.
2 Responses
[rucifer1217] DELETE REPLY*
[시리니]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