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년 정도 전이었나요.

언제쯤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블로깅을 처음 시작하던 때에 굉장히 충격적인(?) 블로그를
접했었습니다. 아마 일본 AV배우에 관한 심도있는 분석글을
우연히(설득력없다...-_;;)올블에서 보게 되면서였던 것 같군요.
(그러니까 요지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불명이지만, 충격적이었다는 것.)

upload image
(네, 레진사마의 블로그였어요. 당시에는 lezhin.egloos.com 이었는데 어느 새 티스토리로 옮기셨죠.)

제가 충격을 먹었던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성인 취향의 포스트들을 '서비스형 블로그'에서 공개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이글루에서 강퇴 당하고, 티스토리로 옮긴 이후에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한
자기검열(이게 사실은 제일 무서운 겁니다. 자기 스스로를 검열하다니...)을 통해서
수위 조절을 하신 걸로 아는데 얼마 전 결국 블라인드 처리까지 당하게 되었지요.

물론 지금은 다시 해제가 된 상태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와 관련해서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접근을 해주고 계시는데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도대체 음란성 포스트의 기준이 무엇인가?
  • 티스토리는 블로거에게 블라인드 하기 전 경고 조치를 해주었나?
  •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음란성 포스트의 기준은 민노씨가 ('님' 자를 붙이면 안되니까 본의 아니게... ^^;) 이미
정리를 해주셨는데요,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서로 양측의 주장이 팽배하긴 합니다만
일단 암묵적으로 합의(혹은 포기)가 된 듯 합니다. 메일을 3차례 보냈다, 아니다, 받지 못했다,
알고 봤더니 수신거부였더라, 무슨 뻘소리냐? ...로 공방은 계속되고 있지만요.

이미 많은 분들께서 이번 문제와 관련해서 좋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저는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간략하게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만
짚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공학도이니까,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debug)
그에 맞는 해결책 (solution) 을 찾아보는 방법으로 접근을 해보고자 합니다. ^^;


1. 서비스형 블로그의 한계

모든 서비스형 블로거들은 각자 가입한 서비스의 약관에 의해
최종적으로 행동을 제약받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여러분들의 행동은 '검열' 을 받게 되어 있으며
그 검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되는 겁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업체)간의 관계가
결코 평등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령 특정 단체에 대한 비방성 포스트를 썼을 경우, 해당 단체가
명예훼손이라며 시정 요청을 할 경우에 중간에서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 그냥 '블라인드 처리' 를 합니다.
물론 블로거에게는 사유를 보내겠지만 어쨌든 사용자 의지는 아니지요.

서비스형 블로그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꿔 얘기해서 여러분들이 생산한 컨텐츠들 역시 '무료' 로
언제든지 업체에서 직/간접적인 사용이 가능함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무료로 사용하는 대신 지켜야 할 사항들은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고
만약 업체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으면, 서로 간의 관계는 남남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착각하고 계시는데,
티스토리라고 해서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특별히 '티스토리 너 마저...' 라며 훌쩍이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티스토리 역시 서비스 제공자이며,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그들이 제시하는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설치형만이 대안이다! ...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레진사마의 블로그 같은 경우엔 특히 그렇겠지만 호스팅을 유지하는 비용이 꽤 나가게 됩니다.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블로그를 좀 더 자유롭게 운영하고자 한다면 물론 괜찮겠지만
현실적으로 블로깅을 하기 위해서 한 달에 몇 천원~ 몇 만원을 지불하긴 좀 그렇지요.
(레진사마 블로그는 하루 2~3만명 정도 올 때도 있다고 합니다. 트래픽 비용만 해도... 덜덜덜)


2. 성인 컨텐츠의 생산과 소비

저는 이번 기회에 성인 인증 블로그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으면 합니다.
이미 기존에 성인인증을 통해서만 접속 가능한 페이지들은 있어 왔습니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게 힘든 게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서비스형 블로그들에서
이런 회원 정보와 연동할 수 있는 인증 기능이 있다면 좋겠네요. 설치형과는 달리,
이건 서비스형 블로그에서 잘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레진사마의 블로그는 성인만 접속 가능 하거나,
혹은 특정 포스트들은 티스토리에 로그인을 해서 성인인증이 된 상태에서만
볼 수 있다거나 하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주민등록을 도용한다거나
해서 인증을 회피하는 문제도 생기겠지만, 지금처럼 아예 이런 기능도 없이
무조건 청소년들에게도 제한없이 공개된 곳이니까, 야한 사진은 안된다! ...라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특정 분야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데 별도로 '인증' 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서비스형 업체들에서는 약간 수고스러운 일일테지만, 결과적으로는
업체와 사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이런 기술적인 대안은
이번 기회에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3.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해석

표현의 자유에도 분명 한계가 있겠지요.
허나 그 한계는 '최소한'으로 그쳐야 합니다.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검열해야 할 정도라면
이미 그 표현의 자유는 많이 제한되어 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이번 일의 경우에, 컨텐츠를 만드는 레진이라는 블로거가
자신의 글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술적으로 보완장치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아까 언급한 것처럼 연령제한을 블로거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서
티스토리에 로그인한 사용자중 성인인증을 통과한 사용자만 볼 수 있도록
한다던지 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책임이라면 양측 모두에게 분명 이득일테지요.


* 정리되지 못한 궁리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글을 써야지 했는데,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다고 그래 또 다시 뻘글만 끄적였습니다.
사실 이번 레진사마 블로그 일시차단 문제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컨텐츠 표현에 대한 자유, 검열, 근본적인 한계, 대안...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잊혀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무엇인가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레진사마의 하악하악-하는 포스트들을 보고 싶습니다. 왜? 난 성인인데 뭐가 문제야... -_;;)

** 추천 포스트들

요즘 새벽시간에만 찔끔 시간이 나는 정도라 그 많은 포스트들을 소개하긴 그렇고,
민노씨.네 블로그의 글을 추천합니다. (관련해서 엮인글들도 많으니 참고해 보세요. ^^)

- 논점들 : 레진 사건의 의미와 전망 3.
- '청소년 보호논리'의 허구성 : 레진사건의 의미와 전망 2.
- 빨간 약 먹을래? 파란 약 먹을래? : 레진 사건의 의미과...

*** 엮인글

이 글은 민노씨.네 블로그와 레진사마 블로그에 각각 엮어둡니다.
추후 언제든지 이 글은 수정될 수 있고, (혹은 기적적으로) 연속해서 관련된 뻘글을
만나 보실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