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승인제와 소통, 그리고 블로그
Posted by 시리니Oct 1
제가 자주 들려서 식견을 넓히고 있는 곳, “민노씨.네” 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주제가 눈에 띄기에 감히 겁도 없이 관련해서 글을 남겨 봅니다. 사실 XE 코드리뷰중 좀 쉴까 해서 GR페이퍼를 순회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슈인데,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
먼저,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반영한 것이며 당연히 반론 환영합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 다소 장황해질지도 몰라 오늘은 생각해 볼 부분들에 대해서 짧고 굵게 이야기 해보는 방식으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애용하는 블로깅 도구중 하나인 Windows Live Writer 로 쓰는 글인데, 실제 발행이 언제쯤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_;;;
1. 댓글 승인제란?
블로거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댓글을 받을 때, 댓글 내용을 먼저 확인하여 블로그 운영 정책이나 취지와 맞는 댓글에 한해서만 그 댓글을 공개해 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본래 목적은 악성 댓글이나 스팸 댓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이 되었고, 서비스형 블로그에서는 댓글 승인제와는 별도로 해당 서비스에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댓글 승인제를 채용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점입니다. 관련되어서 소통의 문제 혹은 “승인” 이라는 단어에서 자연스레 연관되는 “검열” 같은, 부정적인 연상에 대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가, 나쁜가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사 혹은 선호도에 따라 갈리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지금은 그 개인적인 선호 여부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어떠한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3. 이슈의 발단은?
Daum 블로거뉴스의 소위 파워블로거분들중 일부가 로그인한 회원에 한해서 댓글을 달도록 하거나 하여 소통의 단절 우려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댓글을 달면 해당 블로그의 주인장이 확인해서 승인을 해야만 그 댓글단 사람이 다시 볼 수 있는,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댓글 승인이나 비회원 댓글 금지 등의 정책이 블로거간의 원할한 소통을 저해시킬 것이며, 이는 좋은 현상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한데 모아져서 현재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4.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댓글 승인제나 비회원 댓글 금지 같은 제도가 필요한 이유, 바로 악성 댓글이죠. 의미 없이 비난하고, 아무렇게나 사람 마음을 난도질하면서 낄낄대는 정신이상자들의 등장이 진짜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 악플러들이 모두 없어지면 자연스레 댓글 승인제나 비회원 댓글 금지같은, 소통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기능을 쓸 블로거가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악플을 판단하는 기준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데다가 악플인가, 아닌가 하는 걸 판단하기도 애매한 댓글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은근슬쩍 비꼬는 글이나 약올리는 것 등…)
5.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댓글 승인제나 비회원 로그인제를 정말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사람입니다. 예전에 티스토리에 로그인하면 댓글을 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주 다녔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서, 비록 자주 다녔지만 방문을 그만 둔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티스토리 초대장 하나 받아본 적 없고 당연히 회원이 아닙니다. 로그인을 하라는데, 그럼 제가 무슨수로 그 블로그에 제 생각을 남길 수 있을까요?
운영자 입장에서야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약간만 수고하면 (즉, 로그인을 한다거나 조금만 기다려 준다거나) 되는 문제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막상 댓글을 달려고 하는데 로그인을 하라거나 혹은 승인중이니 기다려라고 해놓고는 며칠이 지나도 계속 승인 대기중이라거나 한다면 절망감까지 맛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역시 사람이 쓰는 거니까, 도구가 게시판이든 블로그든 미니홈피든 뭐든 결국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스스로 위안해 보지만 이 것도 쌓이면 염증을 만들고 소통이니 뭐니 환멸감만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싫습니다. 댓글을 다는 거에도 허락을 구하고 해당 서비스에 아이디까지 만들어서 로그인을 해야 한다면, 저 같은 사람은 안합니다. 기술이 사람을 더 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믿는 공돌이로서, 기술이 오히려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데 쓰이는 이런 모습들에 저는 출처 모를 배신감까지 느낍니다. 같은 논리로 오로지 사람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목적으로 발전하는 군사기술 (이 인터넷 기술의 원조까지 포함해서) 의 발전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습니다만….
어쨌든, 저는 싫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자주 가는 블로그들은 이런 정책을 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허나, 무척 싫은 정책이지만 그 것은 해당 블로그의 운영 정책이며, 그 것은 제가 간섭할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싫어하는 정책이라고 해서 그 것이 비난받아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제가 싫어하는 것도 제 개인적인 선호 여부의 문제이고 해당 블로그의 정책 역시도 해당 블로그 주인의 개인적인 선호 여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개인적인 문제이며 간섭할만한 것이 못됩니다.
6. 파워 블로거들은 댓글 승인제나 비회원 댓글 금지 정책 하지 마라?
넌센스입니다. 그 건 연예인보고 공인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파워 블로거들이 뭐 대단한 사회적 / 블로그스피어적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마치 공인 처럼 책임감을 부여 해야 합니까? 파워 블로거도 그냥 블로거중 한사람일 뿐입니다. 특별시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컨텐츠 노출이 더 많이 되고, 더 많이 소비되어서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것이 그들에게 근거 없는 책임감을 물려 줘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7. 블로그는 소통을 전제로 하는가?
역시 넌센스입니다. 소통을 하고 말고는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도구는 어떻게 쓰던지 그 쓰는 사람의 자유에 맡겨집니다. 누군가에게 컴퓨터는 블로깅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온라인 게임을 위한 게임전용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를 게임기처럼 쓴다고 해서 그 것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 컴퓨터 주인이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블로그라는 도구 역시 “소통” 과 관련된 여러 좋은 기능들이 있지만 그 것을 활용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블로거의 자유에 맡겨져야 합니다. 블로그는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블로그는 그 블로그를 쓰는 블로거 개인의 포스트(post)를 전제로 합니다.
8. 댓글 승인제와 비회원 댓글제한 기능을 대체할 수단은 없을까?
그 기능을 쓰는 목적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만약 스팸 댓글 혹은 악플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장 뚜렷한 대안은 없습니다. 부정하고 싶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위 기능이 해당 목적을 위한 효과적인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단순히 스팸 하나만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정교화된 스팸 차단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굳이 승인제 같은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기술적으로도 한 번 고민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9. 댓글 승인제는 싫다, 그러면서도 그 걸 인정하겠다?
그렇습니다. 저는 좀 과격하게 표현해서 댓글 승인제를 하고 있는 블로그들은 방문하지도, 방문을 권하지도 않습니다. RSS 리더기를 통해서 구독중인 경우에는 가급적이면 구독을 그만둡니다. 누차 강조하듯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소통을 근원적으로 제한하려고 하는 시도는 어떻게 봐도 좋게 볼 수가 없습니다. 마치 옛날 옛적에 사상 검열하고 민주화 노래를 금지하거나 불온 서적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게 생각됩니다. 그 만큼, 저는 승인제나 비회원 댓글금지를 싫어합니다.
그렇지만 그 것은 그 블로거의 자유입니다. 저나 다른 사람들이 그 것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겁니다. 서로의 방향이 맞지 않으면 각자의 길로 가면 되는 겁니다. 굳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적 책임 내지는 공공성과 관련한, 보다 큰 범주의 문제라면 어떤 게 더 나은가 하는 질문은 유효합니다. 그러나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성을 반드시 지녀야 할 필요도 없고, 법을 위반하는 것만 아니라면 어떻게 운영하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것이 자유로운 소통을 막는 일이라 해도 그렇습니다.
10. 그래서, 결론은?
긴 뻘글이었습니다. (__);; 다시 한 번,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음을 강조하며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댓글 승인제는 악플 혹은 스팸 댓글로부터 블로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기능(정책)입니다.
- 자유로운 소통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이 댓글 승인제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러한 기능들을 좋아하지 않으며 이런 기능(정책)을 사용하는 블로그도 싫어합니다.
- 그러나, 그 기능 혹은 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블로거 개인의 자유에 맡겨져야 합니다.
-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타인의 자유에 간섭해서는 안됩니다.
요지는 댓글 승인제든 실명제든 뭐든 해당 블로그의 운영자(=주인)가 그렇게 한다고 한다면 그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 것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저 처럼 싫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자유로운 결정에 간섭하거나 밑도 끝도 없이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개인적인 문제이니까요.
아….
간만에 뻘글인 것 같은데 또 너무 길고 장황해진 것 같습니다. (반성중입니다…. ㅠ.ㅠ;;)
이 글은 민노씨.네 블로그를 포함해서 제가 읽은 포스트들에 트랙백(엮인글)으로 엮어둡니다.
추후 본문이 수정되거나 혹은 기적적인 확률로, 연관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추가로 생각해볼 점.
이 글은 블로그라는 도구에 한정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사실 일반적인 홈페이지에 대해서도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홈페이지인 시리니넷의 경우 비회원 (댓)글쓰기 금지를 유지하고 있는데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게 이율배반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
p.s 반론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18 Responses
블로그 댓글 차단, 블로거 개인의 판단 사항인가?
Thu, 02 Oct 2008 00:42:37 +0900일방적인 전시를 위한 블로그 ?
Thu, 02 Oct 2008 23:37:22 +0900블로그 댓글승인, 자기보호인가? 소통거부인가?
Fri, 03 Oct 2008 16:33:21 +0900짝말로서의 블로그 : 블로그는 소통에 처단되었다.
Sat, 04 Oct 2008 00:01:54 +0900최진실 자살 비보에 대한민국 큰 충격.
Mon, 06 Oct 2008 11:29:00 +0900블로거는 블로그에 기록하는 글로 소통한다
Wed, 08 Oct 2008 22:44:19 +0900댓글만 있고 답글은 없는 블로그엔 뭐가 있나?
Tue, 21 Oct 2008 02:12:45 +0900[Draco] DELETE REPLY*
개인적으로는 알아보기 힘든 그림으로 된 자동스팸 방지코드 입력도.....짜증이 나더군요. 제대로 입력한거 같은데 틀렸다고 나오기도 하고..
[시리니] DELETE
산수 계산을 넣었는데... -_;;; 단순 덧셈 곱셈이긴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생각을 필요하게 하고해서 귀차니즘을 발동시켰습니다. ㅠ.ㅠ;;
댓글 승인제나 이런 기능은 가급적 활용하지 않으면 좋겠다,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 걸 남에게 강제해서는 안되겠지요. -_; 너무 맹목적인 것도 지양해야 하고...
댓글 고맙습니다. ^^
[zero] DELETE REPLY*
웹은 무조건 오픈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
[시리니] DELETE
타인의 취향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해서도 안되겠지만, 어느 수준까지는 받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댓글 승인과 관련된 것도 그 취향 범주에서 해석한다면 좋겠습니다. :)
[MegaWave] DELETE REPLY*
스팸성 댓글이 참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군요. ^^
[시리니] DELETE
하는 문제입니다. 저 역시도 운영자가 조금만 더 신경써서 스팸댓글이나 악플에 대처해 나간다면 굳이 승인제도를 둬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
[시리니] DELETE REPLY*
댓글이 계속 입력이 안되서요. ㅡ.ㅡ;;; (일반입력도 그렇고, 오픈아이디도 그렇구요. 이게 어찌된 일인지... )
굳이 임시방편으로 여기에 남깁니다.
댓글 승인제 관련 포스트에 남기려다고 실패한(ㅎㅎ) 댓글입니다.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1. (댓글 재활용 차원에서 제 글에 담긴 로망롤랑님께 쓴 답글을 추고해서 옮기자면)
형식과 내용은 물론 불가분입니다.
다만 댓글이라는 순발력있는 소통기제가 없더라도, 저로선 블로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좀더 높게 가치를 부여하는(물론 저는 댓글을 가장 '좋아'하기는 하지만요) 링크과 트랙백이 있습니다. 이건 댓글의 정감이나 정서적인 차원을 충족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을 수 있겠으나, 댓글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소통 기제입니다.
그러니 제 의견은 이런 것입니다.
댓글을 닫았더라도 훨씬 더 강력한 '링크와 트랙백'이라는 소통의 기제가 선택적으로 남아 있다면, 댓글을 닫았다는 것으로 어떤 블로그의 소통을 '선언'적으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로선 '소통의 무게와 부피'가 단순히 댓글을 닫고 말고와는 굉장히 큰 연관성은 없다라고 판단하는 쪽입니다. 물론 저도 댓글을 닫은 블로그에 대해선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지만요.
2. 저는 연예인은 '사회문화적인 맥락'상 그 실질적인 영향력을 판단하건대(물론 이는 연예인에 대한 제 주관적인 가치판단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지만요) 공인으로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판례의 태도(물론 판례의 태도가 의미판단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도 연예인을 '공인'으로 평가하고 있구요.
* 이 글은 방명록에 작성된 민노씨의 글을 복사해 둔 것입니다. 불편하셨을텐데도, 장문의 댓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로망롤랑] DELETE REPLY*
트랙백 남깁니다..
[시리니] DELETE
말씀하신 바에 공감하며 저도 살포시 엮어보겠습니다. ^^;
[j4blog] DELETE REPLY*
[시리니]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