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제가 나서서 왈가왈부 하는 게 스스로도 머뜩찮습니다.
저는 TNM 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렇다고 현재 논란이 되는
고가폰 리뷰와 관련해서도 거의 아무 글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제 관심사는 덕후질이나 개발관련에 거의 한정되어 있어서
돈이 없어 사지도 못하는 휴대폰 리뷰는 잘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TNM 사태』가 생기고 나서야 순전히 호기심으로
관련된 글들을 확인해 본 게 다입니다.

블로그 세상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한 명의 블로거로서,
비록 제 주된 관심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스스로의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고자 글을 남깁니다. 아마도 훗날에는 "그 때 이런 일이 있었다." 는
걸로 활용될 테지요.

1. 대전제

먼저 저의 생각은 지금 이 글을 읽으실 여러분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또한 제 생각이 여러분들에게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잘못된 정보를 일부 포함할 수 도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합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서
그릇된 사실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여기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저의 생각 만큼 여러분들의 생각도
존중하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의 생각과 함께 자유로이 엮어서
좀 더 발전된 논의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2. TNM 사태

시작은 특정 제품의 리뷰글에 대한 비판에서 나왔습니다.
비판의 개요는 "무상으로 제품을 받고서 그 제품에 대해 쓴 글을 『리뷰』라고 할 수 있는가?" 로 생각됩니다.
즉 대가성이 있는 글을 『리뷰』라는 타이틀을 걸고 쓸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지요.
(비판측의 주장은 리뷰가 아닌 광고임을 명시하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비판을 받은 대상군(TNM 을 비롯한 파트너 블로거들)의 반응이 무반응이 되자
비판은 이제 비난으로 변질됩니다. 온갖 욕설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인격모욕적인 발언들이
등장하지요. 사태가 이렇게 되자 양측 모두 일종의 흥분상태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점점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TNM 이 지목되기 시작하고 결국 이 문제는 TNM 사태로
명명해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3. 순수 리뷰와 주례사 리뷰

주례사 리뷰란 침이 마르도록 칭찬만 늘어놓는, 혹은 '~는 조금 아쉽지만 어쨌든 킹왕짱' 식의
아첨식 리뷰를 말합니다. 순수 리뷰는 적당한 말이 없어서 제가 그냥 가져다 붙인 말인데
CNET 처럼 제품을 실제로 여러 각도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 그 정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리뷰를 말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점을 요약하면 순수성이냐 주례사성이냐 이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고가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사람이 어떻게 객관적인 제품 리뷰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즉 주례사성 리뷰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분명히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허나 이와 관련된 판단은 해당 리뷰를 보는 독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해당 리뷰어가 제품을 무상으로 받았는지, 혹은 대가를 받았는지
분명하게 명시해야 겠지요. 이번 사태는 해당 제품 리뷰어가 자신이 무상으로 제품을 받았다고
명확하게 명시하기만 했다면 솔직히 논란 거리가 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4. 리뷰와 신뢰

리뷰를 쓰는 사람들은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무슨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우리 모두 누구나 리뷰어가
될 수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는데 자격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우리가 리뷰어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성』입니다. 즉, 자신이 보고 있는 리뷰가 믿을 수 있는 글이다... 라는 믿음을
보는 사람들은 원합니다. 그리고 이는 일종의 [도덕적인 잣대] 가 되어서 만약 리뷰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 되면 마치 배신 당한 듯한 느낌이 들면서 해당 리뷰어를 비난하게 되는 겁니다.

이번 사태에서 [무상으로 제품을 받고 리뷰를 썼다] 는 시점에서 이 『신뢰』에 문제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일부 독자들이 이 점에 대해서 비판을 가한 것이죠.

거기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해당 리뷰글들이 갑작스레 집중적으로 올려지기 시작했고
마침 그 리뷰글을 쓰는 분들이 온라인상에서 각자 인지도를 구축하신 분들인지라
영향력이 더 커졌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면 [여론 조작] 을 했다고 의심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리뷰글에 대한 신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신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해당 리뷰글은
거짓이 됩니다. 리뷰어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죠. 읽는 사람이 리뷰어를 믿어줘야
리뷰가 성립됩니다. 이 신뢰성을 확실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관련 글들이
집중적으로 블로그스피어에 퍼졌고, 게다가 그들의 글이 메인 이슈로 자리잡게 되면서
그 신뢰의 금이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5. 블로그의 상업화

상업화란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일련의 행위들을 말합니다.
광고를 붙이는 것 부터 특정 회사와 마케팅 관련으로 수익을 얻거나 하는 것 등이죠.

저는 블로그의 상업화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TNM 의 사업모델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로거들에게 수익을 통해 블로깅에 대한 동기부여를 더해주고,
좀 더 전문적인 블로거를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점점 커지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이 블로그의 상업화와 관련된
찬반 논란도 불거져 나왔습니다. 이런 논란은 블로그 전체를 생각해볼때
건설적으로 진행된다면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자본주의 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고, 상업화의 길을 여는 게 왜 나쁘냐는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TNM 사태의 본질이 『블로그의 상업화』는 아니지 않을까요?
앞서 적었듯이 [대가를 받고 쓰는 리뷰글을 리뷰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요?
물론 관련성이 있지만 엄밀히 말씀드려서 블로그의 상업화 찬/반 이 아니라
대가를 받고 쓰는 리뷰글에 대한 논란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6. TNM 의 실수

마케팅의 도구로서 블로그를 사용한다는 것은 최소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이상하죠. 비즈니스의 도구로
블로그를 쓰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이런 점에서만큼은 저는 TNM 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제가 생각할 때 TNM 은 아래와 같은 실수를 범한 것 같습니다.
  • 해당 제품 리뷰글을 특정 기간에 집중화했음 → 여론이 호도될 가능성 고려 안함
  • 제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대가를 리뷰어에게 지급 →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 고려 안함
  • 논란 발생초기에 명확히 자신의 입장을 표명안함 → 비판자측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도록 방치
  • 논란이 진행된 현재까지 명확한 움직임이 없음 → 파트너 블로거들이 욕을 당하도록 방치
TNM은 이 사태의 방관자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파트너 블로거들이 인신공격까지 받고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되도록 방치하다니요.
물론 회사 입장이라는 게 있겠지만 일단은 자사 파트너들을 대표해서 명확한 의견을 개진하고
차후 이러저러한 식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만 보여줘도 충분했을 겁니다.

파트너 블로거들이 하다 못해 대신 의견을 표하고, 그러다가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이런 식으로 일을 방치해서는 안되지요. 이는 파트너 블로거들을 진정으로 돕는 게 아닙니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저는 블로그의 상업화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블로그의 순수성 == 反자본주의』 라는 통념에 반대합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우리 시대를 지탱하는 2개의 축입니다. 저는 블로그 역시
건전한 상업화를 통해서 수천만원~수백억 버는 프로 블로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TNM은 이를 위한 길을 앞서서 뚫고 있는 업체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듯, TNM 에게 있어서 사업 생태계가 되는 블로그스피어에
좀 더 책임있는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7. 비판과 비난

이번 사태에서 제가 가장 안좋게 본 부분이 원색적인 비난 글들입니다.
이런 글들은 자극적이기 때문에, 주요 메타사이트에서도 인기글에 오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싸움 구경을 하는 듯한 쾌감을 선사해 줍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그런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씹는 쾌감' 말고는
전달해주는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스스로 그 글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겁니다.
매우 심한 글들도 보았는데 과연 모니터 상이 아닌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눌 때에도 그런 어휘들을 구사할 수 있을지 궁금하더군요.

당당한 비판은 환영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비난은 환영 받아서는 안됩니다. 단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부분만 건드리고
서로 감정만 상하게 할 뿐입니다.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처럼 보이죠.

초기에 제시된 비판, "대가를 받고 리뷰를 쓴 글을 리뷰로서 신뢰할 수 있는가?" 는
의미 있는 주장이며 생각할 점을 시사해 준다는 면에서 당연히 환영받아야 합니다.
이 비판은 분명 리뷰어들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비판이 아닌
인신 공격성 비난글과 조롱, 비아냥은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역지사지.
왜 이 말을 그토록 외면하려 할까요?

8. 시험받는 블로그의 신뢰

이번 사태를 통해서 한가지 괴로운 점이 있다면, 블로그를 1인 미디어로 보았을 때
그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주관적이지만 신뢰 할 수 있었습니다.
왜? 똑같은 소비자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쓴 글들은 귀 기울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쓴 글은 주관적인 글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습니다. 블로그의 신뢰는
이런 부분들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TNM 과 같은 마케팅 회사와 제휴하는 "파트너" 블로그들이 등장하고,
특정 목적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글을 발행하고 여론을 만드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떤 식으로 블로그의 신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9. 미디어

TNM 이 블로그스피어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TNM 의 파트너 블로거들은
실질적으로 블로그스피어의 여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네들에게 무작정 높은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과 책임감을
요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미디어는 곧 힘입니다.
역사상 모든 미디어들이 힘을 가졌습니다.
블로그라고 다를까요?
아닙니다. 똑같습니다. 블로그도 미디어로서 힘을 가지고 있고,
이 힘은 역사상 모든 미디어들이 그랬듯 더 높은 책임감과 진실성을 요구받습니다.

견제 없는 힘은 절대로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의 최초 문제를 단순한 '트집잡기' 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는 좀 더 정성을 들여서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미디어' 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취해야 할
당연한 행동입니다.

10. 더 나은 길에 대한 모색

저는 이번 논란을 통해서 블로그 상업화에도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제품 리뷰를 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신뢰성 논란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수익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TNM 과 같은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도전해 볼 만한 사업 아이디어는 무엇이 있을지...

또한 블로거들이 단순히 광고 목적으로만 활용되는 게 아니라 블로거가 생산해낸
컨텐츠 그 자체로 수익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 봅니다.

비난만 해서 세상이 바뀌진 않습니다.
부정한다고, 외면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비난을 위한 비난, 논의 해봤자 서로에게 마이너스만 되는 이야기는
차라리 안하는 게 더 낫습니다.

더 나은 길이 분명 있습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떤 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할 것인지
열린 자세로 의연히 대처해 나갈 때에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이 TNM 사태를 그저 소모적인 비방으로만 끝내버리면
결국 누구도 이기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 지게 되어 있습니다.

같이 이겨야 합니다.
그러면 분명 더 좋은 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