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NI`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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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Board 10주년, 10년의 여정


(GR Board 10주년을 기념하는 grboard.com)

지금은 생각도 잘 나지 않는 고등학생 시절, 당시 한참 유행하던 홈페이지 만들기가 재밌어 보여서 그 때 처음으로 HTML 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모 웹에디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이리 저리 어줍잖은 실력으로 그저 웹페이지 만드는 게 신기해서, 브라우저라는 놈에게 시시각각 보여지는 저의 창작물을 보는 게 즐거워서 프로그래밍이라는 걸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그 걸 계기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헉-)

시간이 흘러 지금은 NHN 에 계시는 고영수 (zero) 님의 제로보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PHP 라는 스크립트 언어가 있는데 이건 HTML 과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변수, 제어문, 함수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머리를 어지럽히긴 했지만 그래도 만드는 재미가 더 찰졌습니다. 기본적인 게시판 기능은 제로보드의 것을 그대로 이용 하면서, 그 위에 스킨이라는 걸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배포도 해보고 그 걸로 제로보드 추천 스킨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2004년 4월 sirini.net 이라는 도메인을 어머니 명의로 개설해서 본격적으로 제로보드4 에 맞는 스킨을 만들고, 웹사이트를 마구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대학생이 된 저의 잉여력은 성장을 거듭했고 그 사이 그누보드도 접해보고 여러 게시판 엔진들을 두루 살펴보기 시작 했습니다. 학교 내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도 간간히 공부를 이어 가면서 이리 저리 고민해 보다가, 문득 나만의 게시판 엔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가 막 한참 모질라 브라우저가 웹을 구원하기 시작한 때였고, 웹표준이라는 용어가 나오던 때였습니다. 그래, 웹표준 이라는 걸 준수하는 게시판을 만들어 보자...!

제가 제일 많이 쓰던 제로보드4 의 구조를 공부 하면서, PHP 언어도 공부 하면서 어렵사리 3개월 정도 지옥의 행군을 진행 했습니다. 밤낮으로 GR Board 의 동작 방식을 생각해 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지 정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로보드4 스킨 제작자를 그만 두고 GR Board 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이 안쓰이는) 비주류 게시판 엔진을 만들어 2005년 10월 세상에 공개 하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GR Board 가 국내 최초 웹표준 기반 게시판 엔진이라는 칭호를 획득 했습니다.

그 간의 노력이 그 걸로 보상 받는 느낌 이었습니다. 비록 다른 게시판 엔진들에 비해서 성능을 압도 하거나 기능이 우월 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게 대한민국에서 뭔가 최초가 된다는 게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실 그 거 하나 밖에 없는 게시판 엔진인데, 그래도 그 땐 그게 어찌나 좋았던지... ^^;

GR Board 1 은 1.6, 1.8, 1.9 까지 이어 지면서 나름 안정화 기간도 거치고 많진 않지만 그래도 소수의 마니아 분들이 써 주시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 했습니다. 제로보드4 는 그 사이 제로보드5 에 이어 XpressEngine 으로 거듭나고 있었고, 그에 반해 거의 주로 혼자서 만들던 GR Board 는 상대도 안되었습니다. 거기다 이어지는 브라질, 중국쪽 해킹 시도에 취약점이 무더기로 나와서 삽시간에 GR Board 1 은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저는 군대를 다녀 왔고, 복학 해서는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이라는 곳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원 작품이 바로 GR Board 였는데, 웹 계열 작품이 받아들여 진 게 2년 정도 만에 처음 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그 때 멤버십 생활이 그립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멤버십 활동을 하면서도 GR Board 를 그만 두진 않았지만, 많은 시간을 쏟아 붇지는 못했습니다. GR Board 보단 다른 게 더 재밌어서... ^^;

그렇게 조금씩 GR Board 를 곁에서 떠나 보내며 저는 어느 새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여전히 SW 개발자로서 업무를 진행 했지만 더 이상 웹 개발은 아니었고, 이젠 Windows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C++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을 담게 된 분야도 평소에 취미 생활인 사진과 밀접한 Image 센서를 만드는 부서로 가게 되었습니다. 정신 없는 나날들 속에 GR Board 코드도 어느 새 잊혀지고, 계속된 보안 이슈들로 인해 이제는 접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막상 그만 두려니 뭔가가 걸렸습니다.

처음에 GR Board 를 만들면서 다짐했던 목표를 나는 이루었나? 그래서 목표를 달성한 만족감에 나는 프로젝트를 그만 두는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도망치듯 그만 두는 것인가? 내가 처음에 가졌던 목표는? 웹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게시판 엔진을 만들겠다는 꿈은? 많은 질문들이 저에게 "너의 초심은 어디로 갔나?" 며 다그쳤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괴로웠고 동시에 아직 저에게 남아 있는 초심이 다시 도전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2014년 1월에 출사표를 던지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하지만 GR Board 1 과의 연결점 (DB 구조 등) 은 버리지 않고서 개발을 진행 했습니다. 회사에 와서 좋은 선배 개발자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제서야 비로소 SW 구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패턴의 유용함을 인지하기 시작 했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일을 마치고 시간을 쪼개 가며 개발을 진행 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2월, 기적처럼 한 달 만에 기존 구조와는 전혀 다르지만 DB 구조는 그대로 가져가는 새로운 형태의 GR Board 2 초안을 완성 할 수 있었습니다. 

올 해 안에 GR Board 2.0 정식 버전 출시를 위해서 지금은 beta release 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혀 나가고 있습니다. 누가 GR Board 를 만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이걸 한다고 누가 알아봐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이젠 떳떳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의 저에게 이젠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 때 품었던 꿈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마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GR Board 가 XE 나 WordPress 처럼 유명한 플랫폼이 되는 것 보다는, 정말 적재 적소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그런 게시판 엔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웹 사이트의 든든한 엔진이 되어 주도록 앞으로 계속 개선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10년도 변함 없이 도전하며 웹의 발전과 함께 계속 이어지길 기대 합니다.

GR Board 10주년, 함께해 주셔서 그리고 이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의 10년도 잘 부탁 드립니다!

본업을 가지면서 한다는게 참 힘든데... 고생많으시고 존경스럽습니다.
(학과가 그쪽은 아니지만, 강병규님 빵집 중지도 그렇고...)

화이팅입니다!
동규씨가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죠... ㅎㅎ 입대 전에 한 번 뵈려고 했는데 전역 시점이 다가온 거 같네요.ㅋㅋ (혹시 이미 전역 하신 건가요??)

참참, 10주년 기념으로 조촐하지만 선물을 보내 드리고 싶은데 카카오톡 아이디를 (비밀글) 등으로 알려주시면 보내드릴께요~! 진짜 조촐하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 ^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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